두바이분수쇼


'세계 3대 분수쇼'가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 스페인의 #몬주익 분수쇼, 그리고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몰 분수쇼가 그것이다. 항상 관광객으로 들끊는 두바이 분수쇼. 어느덧 두바이의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가 돼 버렸다. 분수쇼의 중심은 공중으로 옆으로 춤추는 힘찬 물줄기와 이를 뒷받침하는 배경음악 멜로디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 그룹 '#엑소(EXO)'의 음악이 흘러 나온다면? 뜬금없지만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났다.


엑소의 히트곡 중 하나인 '파워(POWER)'가 이 두바이 분수쇼 메인곡으로 선정되는 등 점점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이 1박2일로 두바이에 왔다. 한국 대중가수의 음악이 두바이 분수쇼 주제곡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두바이관광청의 초청으로 인기 그룹 엑소가 두바이에 방문한 1월 16일 UAE 현지인과의 소규모 팬미팅 현장에 참석하는 영광을 안게 됐다. 한국에서도 못 본 엑소를 두바이에서 보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하하.

사실 트와이스가 더 좋은 삼촌팬으로서 엑소는 데면데면할 수도 있었지만, 멀리 두바이에서 한류의 현주소를 확인하겠다는 일념하에 팬미팅 전날 혼자 위키백과를 뒤져가며 엑소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히트곡 등을 공부하고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샅샅이 살펴보고 각 멤버들이 지닌 초능력까지 암기한 뒤 "머뭇거리지 마 Move on 자 시간이 없어~♪" 등을 흥얼거리며 팬미팅 현장으로 출발했다.

당일 오후 2시 팬미팅 장소에 가기 위해 행사 주최 측인 두바이관광청에서 마련한 전세버스에 UAE 소녀 팬들과 함께 올라탔다. 센스 좋게 엑소의 히트곡 메들리를 버스 음악으로 틀어놓자 모두들 한국어로 떼창을 하면서 분위기를 즐긴다. 서서히 광란의 도가니로 달아오르는 버스 안. 내 옆에 앉은 앳된 소녀팬에게 '처음에 엑소를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묻자 어느 날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드라마에 나오는 BGM이 너무 좋길래 그때부터 K팝에 관심을 갖게 됐고, 얼마 안 있어 엑소에게 꽂혀버렸다고 자랑스럽게 고백했다. 그리고 같은 버스를 탄 외국 미디어 카메라맨 남자가 "헤이. 넌 40명의 여자들이 차 속에서 한꺼번에 소리 지르는 거 들어본 적 있어?" 하고 묻길래 "아니, 나도 처음이야…" 하고 서로 얘기하기도 했다.




팬미팅은 두바이 랜드마크인 부르즈 칼리파 안의 한 콘퍼런스룸에서 진행됐다. 준비로 분주한 현장, 피 말리는 추첨 싸움에서 승리한 선택받은 40명의 '에리(엑소팬을 지칭하는 용어)'만 참석할 수 있는 아주 소규모의 팬미팅이다. 모두들 긴장이 되는지 벌써부터 숨을 크게 들이쉬고, 각자 챙겨온 응원도구는 잘 있는지 만지작거린다. 한 소녀팬에게 "엑소 만날 준비됐어" 하고 물으니 "아직 안됐어요 후…후…" 하고 심호흡을 한다.




기다린 지 20분 정도 지났을까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는 가운데 엑소가 등장했다. 자기소개를 하면서 "마하바(안녕하세요)" "슈크란(감사합니다)" "자밀라(예쁩니다)" 등 간단한 아랍어를 재치 있게 구사하자 모두들 '꺄아악' 소리를 지르며 좋아한다. 곧이어 간단한 질문과 대답의 시간, 대충 무슨 질문이 오갔는지 정리해봤다.

Q 두바이 첫 인상은.

A 매우 아름답고 좋은 도시라 생각하며 친절함에 감사드린다(일동 꺄아아아).

Q 아랍국가와 아랍인을 어떻게 생각하나.

A 팬들이 공항에서부터 열정적으로 반겨주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일동 꺄아아아).

Q 두바이에서 엑소 공연을 볼 수 있겠나.

A 네 있습니다. 곧 SM타운 콘서트로 찾아뵙겠습니다(일동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벤트인 친필사인 CD 추첨이 시작됐다. 그런데 내 옆에 앉은 친구가 받았다. 한국말로 계속 "아 행복해 감사합니다. 저 이제 죽어도 좋아요"를 연발하면서 나라를 되찾은 웃음을 짓는 그녀. 영어이름은 핑키라고 하는데, 한국어도 곧잘 하고 한국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을 나보다 훨씬 잘 알아서 엄청 놀랐다. 모두 '엑소 오빠'들 덕분일 것이다.




단체 사진을 찍고 엑소 멤버들은 곧 있을 두바이몰 분수쇼에서의 만남을 약속한 채 총총 사라진 가운데, 오빠들 체온이 남아 있는 쇼파에 다시금 앉아보면서 돌아가며 기념사진을 찍는 UAE 소녀팬들 모습을 보면서 아랍 전통복장인 아바야를 입은 소녀팬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뭔가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다. 한 소녀팬이 나보고 '에리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우리 백현이'라고 쓴 응원 플랜카드 한국어 문구가 제대로 됐는지 물어보길래 "퍼펙트하다"고 대답해줬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두바이몰 분수쇼 시간이 다가왔다. 밖에 나가니 이미 먼저 나와 있는 엑소 멤버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 운집한 팬 수만 명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두바이에서 1년 넘게 살았지만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쫙 벌어진다. 이미 이곳은 광란의 도가니다. 그들의 히트곡인 '파워'가 흘러나오면서 화려한 조명과 함께 최고 150m까지 솟구치는 물줄기가 춤을 추자 수만 명의 팬들이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며 멤버들과 소통했다.



UAE 두바이에 오자마자 팬들과의 만남, 두바이 분수쇼 관람 및 대중들과의 인사까지 바쁜 하루를 보냈을 그들. 우리와 사는 방식도 종교도 언어도 모두 다르지만, 우리나라 셀럽(연예인)이 그저 좋아서 자발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더 알고 싶어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팬들. 이번 행사를 총괄기획한 두바이관광청에서도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반응과 열기에 많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여기 소녀팬들 몇 명에게 물어보니 올해 꼭 한국에 여행 가고 싶어서 돈을 모으는 중이라고 대답하며 자랑스럽게 자신들이 SNS에 포스팅한 한국 관련 소식을 내게 보여주고, 혹은 아예 이번 4월에 이미 한국행 비행기표를 끊었다고 자랑하는 친구도 있었다. 혹은 집안이 너무 엄격해서 여행을 가긴 힘들지만 맨날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그 마음을 달랜다는 팬도 있었다. 다른 게 애국이 아니고 이런 게 애국이 아닐까. 오랜만에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 엑소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훈훈한 마무리를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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